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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주는 내가 본다” 명리학 공부하는 젊은이들 - 한겨레

“내 사주는 내가 본다” 명리학 공부하는 젊은이들 - 한겨레

[토요판] 현장
새 콘텐츠로 재탄생한 명리학

유튜브 등 새 플랫폼 타고 미래 불안한 2030들
연말연초 ‘마음 공부’

사주와 진로 연관성 연구들
명리가 자녀교육 도움될까
“가변적 미래, 한계도 분명”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열린 명리학 유튜버 정동찬씨의 ‘경자년 운세’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 정동찬씨 제공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열린 명리학 유튜버 정동찬씨의 ‘경자년 운세’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 정동찬씨 제공
▶ ‘흰색 쥐의 해’ 경자년을 며칠 앞둔 연말, 명리학(생활역학)을 공부하는 이들을 만났다. 미래가 불안한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진로를 찾기 위한 도구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와 대화하기 위한 도구로 명리학을 찾고 있었다.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새 콘텐츠로 거듭난 명리학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해 상담 중 가장 많이 한 말이 ‘차라리 노세요’예요. 자꾸 뭘 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든 분들이 많아요.” 31살 명리학 유튜버 정동찬씨는 누구보다 자신과 비슷한 세대의 고민을 잘 알고 있다. 정씨도 20대 때 여러 진로에 도전한 뒤 매번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명리학 강의를 하며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군대에서 공부한 명리학을 4년 전 소모임 앱에서 만난 또래들에게 강의하자 호응이 괜찮았다. 대중 강의가 성공하자 블로그를 열었다. 2년 전부턴 유튜브를 시작해 지금까지 100여건의 강의 영상을 찍어 올렸다. ‘명리의 대중화’를 내건 정씨의 유튜브 계정은 2만3천여명이 구독하는데 20~30대가 30% 정도 된다. 정씨는 “젊은이들이 알아듣기 쉬운 용어와 친숙한 표현으로 명리학을 설명하는 것이 다른 강의와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저녁,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강의실에서 진행된 입문자용 기초 강좌에는 직장인, 학생, 취업준비생, 주부 등 10여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세시간여 강의를 들었다. 태어난 연월일시에 해당하는 네개의 기둥(사주)과 여덟 글자(팔자)로 한 사람의 타고난 기질과 성격, 적성, 진로, 인간관계 등을 분석한다는 명리학이 새 콘텐츠로 재탄생하고 있다. 아이티(IT)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안한 마음을 위로하는 공부, 불확실성의 시대에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무료 만세력 앱, 유튜브 명리학 강의, 팟캐스트로 듣는 사주 상담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생산되는 명리학 콘텐츠들은 더 이상 고루한 옛날이야기로 여겨지지 않는다. 예전엔 지하철역 어귀에 돗자리를 편 어르신에게 사주풀이 상담을 받았지만, 최근엔 사주 상담 포털 사이트에서 원하는 상담사를 검색한다. 인공지능 챗봇을 통한 무료 사주 상담 서비스 ‘헬로우봇’ 앱은 2017년 출시된 뒤 150만건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지난해 ‘올해를 빛낸 인기 앱’에 선정됐다. 앱을 만든 회사 대표는 20대 때 이 앱을 만들었다. 명리 콘텐츠 봇물…“독학도 충분해” 직장인 정아무개(37)씨는 2년 전부터 유튜브 강의, 팟캐스트, 대중서 등을 통해 독학으로 명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동안 정씨는 여덟개의 글자로 자신의 미래를 내다본다는 게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2년 전 우연히 명리학자에게 상담을 받은 뒤 생각이 달라졌다. 정씨는 “20대 때 오랜 기간 시험 준비를 하며 진로에 대한 방황을 많이 했는데, 우연히 받은 사주 상담에서 제 방황의 이유를 잘 설명해줬고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 꾸준히 명리학 공부를 하게 됐다. 연말 모임 때 재미 삼아 주변 사람들의 사주를 봐주기도 했다”고 했다. 정씨처럼 스스로 명리학을 공부해 내 사주는 내가 보겠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명리학 스터디 모임이 생기기도 한다. 익명 단톡방을 꾸리고 누군가 자신이나 지인의 사주 구성을 자발적으로 올리면, 해당 사례를 보며 서로 명리학 지식을 나누고 해석하는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끼리 명리학을 공부하는 모임도 있다. 지난해와 올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치회관은 평생학습센터 지원사업으로 ‘연희마을 열린학교’에서 ‘수다로 풀어보는 사주명리’ 프로그램을 두차례 운영했다. 현업 명리학자부터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초심자까지 11명이 모여 강의식이 아닌 주민들 간의 대화로 2개월여 명리학을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모임은 자신을 돌아보고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주민강사 양아무개씨는 “과거 명리학 상담은 ‘당신, 자월(12월)에 문 밖을 나오다 죽을 수도 있어’처럼 고객의 미래를 단정적으로 규정해 두려움을 갖게 하는 돈벌이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본래의 명리학은 자연의 이치 ‘음양오행’을 이해하는 하나의 학문이다. 자신의 타고난 성격을 이해하고 나를 알아가는 공부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2년간 명리학 공부에 빠져 지낸 정씨는 명리학에 대한 해석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다. 과거 명리학 해석에는 가부장적인 시각이나 남존여비적 관점이 없지 않았지만 최근엔 이를 지양하는 분위기다. 정씨는 “미혼인 저를 과거 명리학 해석으로 보면 ‘무관사주’(여성에게 이성운을 뜻하는 관성이 사주 구성에 없는 경우)라서 팔자에 남편이 없어 박복하다고 말할 텐데 지금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결혼에 얽매이지 않는 시대에 스스로 당당히 인생을 개척할 운명이라고 긍정적인 해석을 한다”고 말했다. 부부가 될 사람들의 어울림을 사주로 예측하는 궁합의 경우,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서소옥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는 “과거 명리학은 남편의 말에 얼마나 순종적이냐, 시댁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를 놓고 좋은 아내감을 판단 내렸다. 하지만 지금은 두 사람을 대등하게 보고 서로 도움이 되는 궁합을 좋은 궁합으로 여긴다”며 “과거 무조건 ‘이혼수’가 있다고 해석했던 궁합도 요즘은 ‘주말부부가 좋다’는 식으로 조언한다”고 말했다. 과거 ‘백년해로’ 해야만 좋은 궁합으로 봤다면 졸혼 등의 개념이 대두된 요즘 사회에서는 자녀가 성장하기까지 20여년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다면 괜찮은 궁합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또한 자손의 번창 등을 좋은 궁합의 조건으로 봤던 옛날과 달리 최근엔 소통이 잘 되는지, 가치관이 비슷한지 등을 그 조건으로 본다. 외국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명리학 해석도 깊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스비에스>(SBS) 팟캐스트 ‘맹승지, 소림 쌤의 톡톡사주’ 시즌2 ‘동성애와 성전환은 어떻게 풀 것인가’ 편에서 명리학자 소림 선생은 “고객 중에 성전환자도 오시는데, 명리학 교재에는 성소수자의 연애운을 어떻게 풀이할 것인가는 나와 있지 않다. 명리학은 남성을 양, 여성을 음으로 놓고 만들어졌으며 성별에 따라 사주를 보는 법도 다르다. 여성 동성애자의 연애운을 십성 중 ‘관성’(이성)으로 볼 것인가, ‘비견’(동료)으로 볼 것인가. 현대 명리학이 연구해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직업, 성격 예측 진짜 가능할까 자녀 교육을 위해 명리학을 공부하는 학부모도 있다. 서점가에는 <엄마의 명리공부>(2019) 등 자녀의 사주에 따라 진로와 인성 교육 방법이 달라진다는 지침서도 나와 있다. 명리학 강의 경력 23년인 전희진(61) 서울 용산문화원 강사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하는 주부님들, 학생들의 진로 상담에 관심있는 선생님들이 수강생으로 많이 오신다”고 말했다. 청소년기 직업과 성격 예측 도구로 명리학을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는 십수년간 학계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수학 학업성취도와 학생의 사주 구조 사이에 연관성을 연구한 논문 ‘수학 학업성취도에 관한 사주명리학적 연구’(오소영, 2018, 경기대 예술대학원)는 최근 3년 이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대학생, 재수생 등을 대상으로 수학 가형 1·2등급과 7·8·9등급 학생 197명의 사주를 수집해 통계분석했다. 논문은 수학의 학업성취도와 학생의 타고난 사주 구조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사주 특성을 활용한 학습 상담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밖에 고교생을 대상으로 표본을 수집해 이들의 언어 능력과 사주 구조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 등도 있다. 그럼에도 인간의 자유의지가 아닌 태어난 생년월일과 시간으로 청소년의 성격과 진로를 가늠하는 것은 여전히 한계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10대 학생이나 젊은이들의 인생은 가변적이고 앞으로 개척할 여지가 많은데 태어난 시기만으로 인생의 향방이 정해진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그리 좋은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2019-12-28 05:02:3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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