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 사는 박지원(39) 씨는 마트에 갈 때면 꼭 천으로 만든 장바구니를 여러 개 챙겨간다. 비닐봉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생수나 각종 신선식품을 사게 되면 딸려오는 페트병과 일회용 비닐을 피하긴 어렵다.
4일 그린피스의 `일회용의 유혹,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사용된 비닐봉지는 235억개(46만9200t), 페트병 49억개(7만1400t), 플라스틱 컵 33억개(4만5900t)에 달한다.
한국인이 1년에 사용하는 비닐봉지로 한반도를 70%가량 덮을 수 있다. 플라스틱 컵을 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닿는다. 페트병을 세우면 지구 10.6바퀴를 두를 수 있다.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연평균 비닐봉지 460개(9.2㎏), 페트병 96개(1.4㎏), 플라스틱 컵 65개(0.9㎏)를 사용한다.
이 같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갈수록 늘어난다. 일회용 플라스틱 비율이 높은 생활계 폐기물 발생량은 2013년 208만t에서 2017년 298만t으로 43% 늘었다.
문제는 이렇게 사용한 플라스틱이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오염을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분리수거를 통해 많은 자원이 재활용될 것으로 믿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처리 비율은 약 62%다. 40%대인 유럽연합(EU)보다 높다.
그러나 여기에는 플라스틱을 태워 화력발전 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 회수`가 절반 이상 포함돼 있어 액면 수치상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그린피스는 꼬집었다.
EU는 재활용률을 계산할 때 에너지 회수는 포함하지 않는다. 연소성이 낮아 오염물질을 만들어 사실상 소각과 같기 때문이다. 한국도 EU 기준을 적용하면 재활용률은 22.7%로 크게 떨어진다.
플라스틱은 화학적으로 합성한 물질이어서 재활용을 하더라도 유리나 캔, 종이 등과 달리 본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재활용 과정에서 더 낮은 품질의 제품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불가피한 오염을 발생시킨다.이 때문에 재활용으로는 플라스틱 오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린피스는 처음부터 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이고 재사용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생활용품 전반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이고 강제성을 띤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와 함께 생산 감축을 의무화해 음식 용기나 음료수병뿐 아니라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에 생산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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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4 06:31:1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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