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장애인 아버지를 자전거에 태우고 1,200킬로미터를 달려 고향에 돌아간 인도 소녀의 사연이 화제를 모았죠.
코로나19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인도 서민들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인데요.
하지만 인도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고,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바이 박석호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뜨거운 태양을 견디며 15살 소녀가 자전거 페달을 밟습니다.
뒤에는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가 타고 있습니다.
인도 뉴델리 인근에 살던 이들 부녀는 코로나19 봉쇄조치로 일자리가 사라져 생계가 막막해지자 귀향을 결심했습니다.
열차표를 구할 수 없어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습니다.
물과 음식을 얻어먹고 한 차례 화물차를 얻어타기도 하면서 열흘 동안 1,200km를 달려 고향에 도착했습니다.
["제 이름은 죠티 쿠마리예요. (뉴델리 인근) 구르가온에서 왔어요. 아버지가 다리를 다쳐서, 제가 자전거에 태우고 왔어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쿠마리.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로 서민들의 생활이 한계에 이르자, 인도 정부는 지난 8일부터 상가와 식당 등의 영업을 허용했습니다.
[샤일레쉬/부동산 중개인 : "진전이 있다고 봅니다. 힘든 시기였죠. 그래도 조심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하루 신규 확진자는 만 명 이상으로 늘었고 총 확진자 수는 이제 미국과 브라질, 러시아의 뒤를 잇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계속 늘어 밀폐된 기계식 화장 설비는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결국 바닥에 나무를 쌓아놓고 시신을 화장하는 과거 방식까지 이용하고 있는데, 이마저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굽타/영구차 운전자 : "밤새 기다릴 때도 있어요. 시신을 다시 싣고 갈 수도 없으니까요. 번호 부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경제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인도, 13억 인구에 대한 방역은 어떻게 지킬 것인지, 엄중한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인근 파키스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10개월 된 딸이 소아마비 진단을 받은 이 남성도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결혼 예물까지 모두 팔았지만, 이제 딸의 치료비는 커녕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합니다.
[나와즈 : "정말 힘듭니다. 때로는 딸에게 먹일 우유가 부족해서, 차를 타서 양을 늘려서 먹이기도 합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3월 경제적 봉쇄 조치로 경기가 나빠지자 빈곤층에게 현금을 지급했습니다.
[자말/파키스탄 주민 : "1만 2천 루피(8만 원)을 받았어요. 생계에 도움이 되죠. 신께 감사하고 정부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자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기간 봉쇄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하루에 신규 확진자가 5천 명 이상 나오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중동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라마단 기간 경제 봉쇄를 완화했습니다.
[아흐메드/식당 관리인 : "코로나19 전과 비교해서 매출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러자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천5백명 선에서 4천 명 가까이로 급증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이에 따라 항구도시 제다 지역의 통행금지를 연장하는 등 봉쇄조치를 다시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천만 명밖에 되지 않는 아랍에미리트도 신규 확진자가 5백에서 6백 명씩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도 아부다비는 두바이 등 다른 지역과의 통행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예멘과 시리아 등 내전을 겪는 일부 중동 국가에선 코로나19 검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
중동 지역의 확산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June 13, 2020 at 08:2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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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코로나19 인도·중동 - 재확산 초비상 - K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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