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해' 삼성 사과없이 김용희는 철탑에서 200일을 맞았다 - 한겨레
강남역 고공농성 199일째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
‘성탄 예배’ 드리며 철탑에서 지낸 성탄절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노동 형제들에게 희망찬 한해가 됐으면”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성탄절인 25일 오전 서울 강남역 8번 출구 앞 교통폐쇄회로 철탑에서 ‘생명과 평화를 여는 현장예배’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성탄절인 25일 오전 서울 강남역 8번 출구 앞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의 고공농성장 앞에서 ‘삼성해고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생명과 평화를 여는 현장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성탄절인 25일 오전 11시 서울지하철 강남역 8번 출구 앞에 기도 소리가 울려퍼졌다. ‘투쟁 199, 해고는 삶을 파괴한다’고 적힌 나무팻말 앞에 십자가가 놓였다. 26일 고공농성 200일을 맞는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0)씨를 위해 모인 시민들이 차갑게 언 손을 마주잡고 기도하고 있었다. 붉게 밝힌 성탄트리 너머 멀리 삼성생명 빌딩 앞 25m 높이의 교통 폐회로티브이(CCTV) 철탑 위에서 김용희씨가 붉은 투쟁조끼를 입고 손을 흔들었다.
지난 6월10일 고공농성을 시작한 김씨는 삼성의 한 계열사에서 노동조합 활동 등을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명예복직, 해고기간에 대한 임금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1982년 삼성 계열사에 입사한 김씨는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 1995년 해고됐다. 앞서 지난 18일 임원들에게 실형이 선고된 ‘삼성 노조와해’ 사건에 대해 삼성 쪽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김씨는 “형식에 불과한 사과”라며 철탑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 쪽은 “과거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사과문을 발표하면서도 정작 노조를 설립하려다 쫓겨난 김용희씨의 고공농성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날 고공농성 200일을 앞둔 김씨를 위해 모인 시민 30여명은 ‘삼성 해고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생명과 평화를 여는 현장예배’를 열고 그를 위해 기도했다. 예배에 참여한 김지원씨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이름 두 글자(삼성) 뒤에는 많은 노동자의 눈물이 있다. 사람답게 살자는 외침에 대한 그들의 억압적 태도에 우리의 가슴이 분노로 떨린다”며 “김용희는 우리의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살을 에는 추위와 장기간 단식 경험으로 악화된 건강 등 열악한 상황에서도 김용희씨는 이날 철탑 위 천막농성장에서 나와 휴대전화 생중계를 보며 예배에 함께했다. 김씨는 전화 연결을 통해 시민들에게 “뜻깊은 성탄절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이 모습을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서 보신다면 많이 기뻐하실 것 같다. 강남역의 찬양과 여러분의 기도 소리가 하늘에 닿아서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노동 형제들이 복되고 희망찬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0여개 시민·종교단체로 구성된 ‘김용희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김씨의 고공농성을 200일로 끝내야 한다는 취지에서 삼성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12월 집중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간 ‘이재용 부회장 엄중처벌 촉구’ 서명운동을 벌여온 데 이어 1인시위, 수요문화제 등을 열 계획이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2019-12-25 05:38:3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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