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170%에 이르는 국가부채와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높은 실업률, 불안한 내정에 4일(현지 시각) 터진 폭발까지 어느 하나 경제적으로 의지할 기둥이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레바논 국가 경제성장률은 2016년 1.6%를 기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해 2017년 0.6%, 2018년 0.2%에 이어 2019년 -0.5%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로존 재정 위기를 극복하고 한창 호황을 맞고 있을 때 ‘역주행’을 한 셈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올해도 레바논은 모라토리엄 선언에 이어 디폴트 위기에 시달리고 있어 마이너스 성장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레바논은 이런 자연환경과 고대 페니키아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인 6000~7000년 역사의 관광자원을 배경으로 걸프 산유국들의 ‘리조트’ 역할을 했다. 레바논의 전통적인 우호국이자 주요 대외 자금줄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같은 오일머니를 두둑히 보유한 수니파 산유국들은 건설과 호텔, 레저 부문에 뭉칫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레바논 정부가 이들 큰손들로부터 차입한 대외 채무를 국가 인프라 확충, 제조업 육성이나 일자리 창출 같은 최우선 과제에 쓰기보다, 과도한 비율로 건설·부동산 부문에 투입하면서 가뜩이나 엉망이었던 레바논 경제는 더 어그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수 시장이 얼어 붙었고, 소비재와 원자재가 부족해졌다. 물건이 떨어지자 기업인들은 중개 무역을 하며 마진을 더 붙여 팔기 시작했다. 이는 재정적자 확대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히는 만성 무역적자를 불렀다. 그 사이 ‘큰손’이었던 중동 국가들은 내정이 불안한 레바논을 떠나 다른 휴양지를 찾았다.
서비스업마저 무너지고 3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이 40%로 치솟자 지난해 10월 마침내 레바논 국민들은 폭발했다. 이들은 정부가 "왓츠앱(스마트폰 메신저)에 하루 20센트(약 230원)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길거리로 몰려나왔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반정부 시위 이면에는 국가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않고, 주택·전력·수도를 포함한 기본 사회간접자본이 장기간 부실한 상태로 방치된 데 따른 분노가 감춰져 있다"며 "레바논에서 헤즈볼라가 결성된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레바논 시아파 국민들이 헤즈볼라에 등을 돌린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 와중에 레바논 화폐(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해 10월 반정부 시위 이후 약 9개월 사이에 80% 넘게 폭락했다. 주민들은 자국 화폐 대신 달러 등 기축통화를 보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해보기 위해 올해 5월부터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 지원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여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IMF 구제금융 지원에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레바논 정부, 기업, 국민이 선뜻 수용하고 실행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IMF에서 입김이 세진 미국이 친(親)이란, 친시리아 성향 레바논 헤즈볼라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합의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August 05, 2020 at 01:1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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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가치 폭락·실업률 급증에 폭발까지… 레바논 경제 삼중고에 ‘휘청’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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